졸리기 시작한 토요일 밤 참 지루하게도 채널을 돌리다가 EBS에서 진 해크먼과 알 파치노가 남루한 차림으로 걷는 장면에서 고정.
2시간이 채 못 되게 지나서 역시나 멍~하니 타이틀 올라가는 것 만 바라보고 있다.
생각없는 주말 밤 머리를 비워놓을 정도로 한 방 먹이는 영화를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깐깐한 (타란티노가 흐려놓기 전 그것도 무려 '70 초의)깐느에서 헐리욷 영화에 준 첫 번째 황금종려상 이구나.
이 영화에서의 알파치노야 다른 곳 에서도 입이 닳도록 오르내릴테니..... 영원한 렉스 루터이자 미친 개 마약형사인 진 해크만, 정말 영화 속 호칭대로 '형님'이다. 작년까지('72)의 뽀대나는 마피아 이미지를 제대로 불쌍하게 그려 준 알 파치노 그도 그지만 무뚝뚝해 보이는 진 해크만의 영화 속 마지막 연기는 앞으로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욕을 내뱉으며 마약쟁이 잡느라 주먹질 깨나 할 것 같은 인상 그대로지만 너무나 많은 걸 한 번에 말해주는 표정.
개 같은 날의 오후, 뻐꾸기 둥지..., 천국의 나날 등과 같이 70년대의 헐리욷 뉴 아메리칸 시네마 계열의 그 미묘하게 닮은 분위기 영화들은 정말 느끼기 힘든 영화의 맛을 내어주는 쓸쓸하고 소중한 작품들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