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세수

                                       - 김장훈

세수를 하다 거울을 봤네

 

어느새 눈가에는 가을이

 

이렇게 변할 줄 도 모르고

 

세월을 떠나 보냈네

 

나를 만나려 그 시간 들을

 

기다리고 또 참았을 텐데

 

그것도 모르고 난 무심한

 

이별의 말만 전했네

 

지금 이라도 잡고 싶지만

 

다신 돌아갈 수 없는 길인걸

 

고마웠어요

 

행복했어요

 

그대를 알게 되서

 

 

 

나를 찾다가 그녈 잃었네

 

내 곁에는 아무 것도 없네

 

이렇게 아플 줄도 모르고

 

그녀를 떠나 보냈네

 

지금 이라도 잡고 싶지만

 

다신 돌아갈 순 없는 길인걸

 

고마웠어요

 

행복했어요

 

그대를 알게 되서

 

고마웠어요

 

행복했어요

 

그대를 사랑해서



미국애들의 힙합을 들으며 가끔, 그 가사를 모국어처럼 모든 뉘앙스까지 다 와닿을 정도로 알아 들을 수 있으면 훨씬 더 좋아 할 수 있는 곡이 늘어날텐데....라고 생각한다.

얼핏 귀에 익은 찬송가나 오래된 포크송 멜로디와도 흡사하게 들리는, 조금은 지루한 듯한 이 노래에 몇 번씩이나 눈물을 짜내며 몰입했던 건 가사의 힘이 컸기 때문이리라....라고 생각하면서도 곡을 부르는 가수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애시당초 그 가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겠지...라고 또 생각한다.

김장훈이라는 사람은 그를 처음부터 골수로 좋아했던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가 TV에서 웃기기 시작했을 때부터 기억하기 시작했을 것 이다. 나도 마찬가지인데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친구놈 중에 얼굴생김에 웃기는 스타일까지 똑 닮은 놈이 있어 신기감(? 이런 말이 있나?)을 가졌다가 그가 미국에 공연 공부하러 가기전 남긴 7집 앨범의 두 곡 을 듣고나서부터는 몰핀 맞은 듯이 줄곧 그의 음악에 시달리게 되었다. 바로 '미안해'와 '사랑해'연타.

TV CF의 우스운 동작만으로 '오페라'라는 곡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김장훈을 재치만점의 재미있는 가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연타를 맞은 뒤 들은 '오페라'는 내게 세상 그 어느 곡보다 슬프게 들려왔다.

음악팬이 특정 아티스트의 골수팬이 되는 과정은 내가 위와 같은 필연적인 경험(?)을 한 뒤에 비로소 그의 모든 노래들이 완전히 새로운 곡들로 다가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순서를 거칠 것이라 생각한다.
심지어는 국내 아티스트 중에 이만한 감수성의 곡들로 앨범을 채우는 인물이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선을 툭 건드려주는 노래들로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물론 그런 곡들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 작사/작곡이지만 자기가 부를 곡을 선택하는 건 김장훈 자신의 선택이었을테니)

그의 음악에서 예능프로그램의 이미지와는 전혀 반대되는 진지함을 발견한다면 그를 출세(?)하게 만들어 준 4집 앨범의 9번 곡 -존 레넌의 - 'Mother'가 그렇게 생뚱맞게 들리지는 않을 것 이다.

* 그러고 보면 외국곡도 모두 주옥같은 곡들만 선택해 한글 가사를 붙여 앨범에 실었다, 아 장훈형님 센스 킹왕짱